작성일 : 12-02-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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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복남
 조회 : 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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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후기] 최진희 | 2011·05·27 00:52 | HIT : 66 | VOTE : 2
#1.
나 : 진서가 물 주는거 좋아하는데 콩나물 키워볼까?
남편 : 그래요.
나 : 시루랑 콩이랑 사야지~~ 와~~ 재밌겠다!!!
(일주일 후)
나 : 아~~악!!! 왜 곰팡이만 잔뜩 핀거야!!!
#2.
나 : 우리도 귀농할까? 애들한테 좋을 것 같은데...
남편 : 콩나물도 못 키우면서 무슨 귀농이야!
#3.
언젠가 매장에서 나눠준 방울토마토 모종도 말라 죽고, 작정하고 키워보겠다며 아파트 장에서 데려온 화초도 말라죽고, 키우던 햄스터도 집을 나가고, 얻어 온 구피만이 겨우겨우 살아 있는 우리집.
그렇습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마이너스 손입니다. 손 대는거 족족 남아 나는게 없지요. 하지만 항상 꿈을 꿉니다. 우리 아이들이 크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아 집에 오면 텃밭에서 가꾼 상추며 고추며 푸성귀들을 따다 한상 잘 차려주는 꿈이요.
그래서 도시농부 강좌가 올라오자마자 신청 했습니다. 무질서한 네 살짜리 아들과 이제 겨우 백일 지난 아들들을 데리고 어떻게 들을지 걱정은 그 후의 문제였지요.
밥 한공기의 가치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 4월 28일 첫 번째 강의는 도시농업에 대한 의의와 농업의 경제학적 가치, 해외 도시농업 사례 등을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텃밭 이라는게 대한민국 평범한 아줌마의 소소한 일상의 재미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많은 의미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나름 으쓱해졌습니다. ‘남편! 나 무시했지? 내가 하고 싶은게 이렇게 대단한 거라고!’ 뭐 이런 기분? 큭큭. 강의 중 가장 생각해 볼만한 내용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텃밭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농사 자체가 처음인 우리에게 농사의 지혜는 내 부모에게서,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이웃에게서 얻을 수 있는데 그러하다 보면 세대 간, 이웃 간의 정이 돈독해진다는 것이죠. 도시농업이 그 수억같은 경제학적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도시에 뿌려지는 사람냄새. 도시농부가 행복한 이유겠지요.
5월 13일 두 번째 강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실습의 날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작업은 간단했습니다. 준비해주신 흙과 비료를 섞어 화분에 붇고 구멍파고 물 한컵 부은 후 토마토 모종 심으면 끝! 간단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붉혀가며 집중했더니 땀도 나고 배도 고파지더라구요. 이렇게 마이너스 손에게 또 한 번의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실습 후 2주가 지났습니다. 사는 집이 1층인지라 햇빛이 고작해야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밖에 들어오진 않지만 아직까진 잘 견뎌주고 키도 훌쩍 자랐습니다. 큰 아이와 함께 ‘쑥쑥 자라라’ 주문을 외우면서 물도 주고, 수시로 관심도 쏟아봅니다. 낮 시간 동안은 집 앞 화단에 내다 놓을까 고민도 해 봅니다. 이번만큼은 제가 마이너스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그날을 기다리며 즐거운 희망을 키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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