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생협은 유럽의 생협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보이는데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다.
첫째, 취급하는 품목이 친환경농산물, 안전한 식품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다른 나라 생협들은 시장과 동일한 상품까지 제한 없이 취급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앞으로 대안물품의 개발과 공정무역을 통해 다양한 물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도, 소매 매장을 늘리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전통시장과 연계하여 인프라를 넓히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둘째, 생협에 조직된 소비자조합원의 경제적 생활수준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고 시장물품보다 안전성이 높은 편이라 소비자층이 제한적이다.
점차 서민도 친환경농산물 애용하는 %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줄 수 있는 대안을 계속해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도 더 많아지고 주부들의 입소문-착한 소비-도 필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셋째, 조합원만이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 조합으로 이는 한국과 일본의 생협만이 규정하는 것이고 지나친 규제이기도 하지만 조합원 중심의 참여와 결의를 높이고 자립의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자연드림브랜드로 당당히 경쟁하여 iCOOP생협에 가입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그 날을 꿈꾸어 본다.
넷째, 시민운동 성격이 강하다. 세계의 소비자협동조합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요구로부터 출발하여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한다. 한국생협은 농업과 환경, 식품안전 등 사회적 과제를 중심으로 출발하였다. 계속해서 발전하여 생활정치나 민주주의 실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제3세계의 빈곤도 해결하는 iCOOP생협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섯째, 가장 크게 유럽과 다른 한국 생협의 특징은 전체 식품시장 규모에 비해 비중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표적 생협( iCOOP, 한 살림, 두레, 여성민우회)의 전체 매출액은 2010년 5,100억원 정도이므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서구 유럽에서는 전체 소매시장의 20~40%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므로 조합원의 확대와 생협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여야겠다.
다섯째, 한국의 협동조합들은 아직까지 생협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유럽의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생태계를 통한 인프라(교육, 은행, 소매, 주택, 의료, 실버, 소비자, 노동자, 생산자, 사회적기업) 등이 가능해졌다.
결국 시장에서 거대 자본주의 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협동조합 은행, 소매 협동조합, 의료 협동조합, 농민 협동조합이 서로 연대하고 글로벌한 성장을 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유를 하자면 작은 물고기가 모여 서로 힘을 합치면 아무리 큰 물고기라도 쉽게 잡아 먹을 수 없는 이치라 하겠다. 결국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모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데 모여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협동조합 생태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협동조합이 소비자의 삶에 가장 우선순위에 있어 부를 축적하기보다 삶의 가치를 의식하는 조합원이 많아졌으면 한다.
지금까지 iCOOP생협은 친환경 농업을 지키고 생협의 대중화와 서민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밀 소비를 확대시켰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생산자를 보호해 주었다, 더 나아가 대안물품의 개발과 철저한 인증관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식품안전 기준을 높이고 매장사업과 외식사업, 친환경무상급식운동을 통한 사회적 기여에 적극 참여하였다.
직원 고용에 있어 안정적으로 최저임금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시민사회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 모든 것이 조직과 활동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기에 가능해졌는데 앞으로 직원, 활동가를 위한 복지와 공제를 위한 준비를 확실하게 해 나가야 하겠다.
경제위기에 대처하여 몬드라곤이 보여 준 것은 iCOOP생협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재배치하는 놀라운 성과는 노동인민금고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iCOOP생협이 앞으로 협동조합은행을 만들려는 계획은 참으로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특히 iCOOP생협이 지난 몇 년 동안 생협 단체들과 연대, 협력하여 생협법을 개정한 것은 가장 큰 성과였다. 게다가 작년에 협동조합법이 만들어져서 몇 달 사이에 협동조합이 유행처럼 생겨났는데 iCOO생협의 활동가들이 점차 협동조합의 좋은 모범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나 앞으로 활동가들이 앞장서서 협동조합을 알리고자 할 때 한국 사회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농협과 수협이 올바른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탓도 있고 서로 경쟁하는 학교 교육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학연, 지연과 연결된 연고주의 관계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 시민운동에서 비롯된 생협의 특성이 대중화를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조직화를 하면 좋을까? 생협에 가입한 조합원부터 직원,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원칙을 세우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교육’의 힘으로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협동조합’의 싹이 잘 자라나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iCOOP생협이 리더가 되어 투명한 정보공개, 개방,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적 책임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는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 1등주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가운데 함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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