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작년 생협과 함께 하지 않았었다면 지금까지도 몰랐을 위대한 이름.
올해도 그 뜻을 기리고저 ‘친구와 함께’했던 2013년 10월 22일 간송미술관의 흔적을
늦었지만 간단히 남겨볼까 합니다.
매년 전시는 5월 중순 10월 중순 보름씩만 일반인에게 공개가 되는데
그 희소성 때문인지 아침부터 경희대에서 버스를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서둘러 갔는데도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한 시간 여를 기다렸건만 눈에 보이는건 “여기서부터 전시장까지 2시간 걸립니다”의 안내문..
그래도 ‘진경시대 화원전’의 기대와 흥분 때문이었는지 40이 넘어 점점 오랜 기다림에 익숙해지지
않지만 한걸음 한걸음의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더군다나 수원생협에서 오셨다고 달려나와주신 내셔널트러서트 서성숙 간사님께서
어쩌면 이렇게 줄을 서서 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해주셔서 (동대문 운동장 근처에
상시 전시실을 만드신다 하네요) 지루함, 힘듦 보다는 이 긴 줄의 일부분 이라는 벅찬 자부심으로
여러분들과 마음나누며 네 시간여를 보내고 드디어 미술관에 들어섭니다.
아! 낡은 진열장, 하얀 회벽, 당대 최고의 자재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창틀과 등,
기품을 잃지 않고 긴 세월까지 더한 위엄이 먼지 한톨없게 관리해 온 정성들과 어울려
작품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에서 봤었던 김홍도의 ‘모구양자’ 외에도 소나무, 풀, 꿩 금강산의 진경을 보며
친구와 이것이 그리하여 여백의 미라 알은 체도 하며 이번전시의 압권 신윤복을 만나러 갑니다.
2층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나직하게 울리는 “움직이세요. 많은 분들이 함께 관람 하여야 합니다.
움직여 주세요”의 관리자의 목소리에도 아쉬워 발을 옮기지 못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함께
가슴떨리게 기다렸던 신윤복의 작품앞에 섰을때는 정작 눈물이 아롱져서 마음을 추스려야 했습니다.
발랄함을 넘어서 발칙하기까지한 대담한 내용과 섬세한 선, 강렬한 색은 평생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줄에 섞여있는 저를 발견하시곤 그리 친분이 없음에도 신윤복이 전시되는거 알았냐며 너무너무 좋다고
펄쩍펄쩍 뛰어 계단을 날다시피 내려가시던 어느 조합원님도 떠오르네요.
내쳐 서울산성의 바람과 단풍에 배까지 두둑하게 채워준 돈까스까지 요번 가을을 특별하게 해 준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듣자마자 훌쩍이게 한 전형필 선생님의 말씀을 남겨드리며 이 글을 정리할까 합니다.
우리 조합원님들이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전형필의 정신을 잊지않고 살아가기 바라며...
'내가모으다 해방을 못 본다고 해도 너희들대에서는 해방이되겠지.
그래,길게 보자.나는 열심히 모아 지키고 훗날 좋은 세상이오면 너희들이 세상에 알려라.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결코 초라하지 않았음을, 내가 왜 조선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을 미친 듯이 모았는지‘..
다음날 아이들과 다시찾은 미술관에서 바위가 살아있다며 작은 아이가 젤 멋지다고 꼽은 김홍도의 옥순봉.
큰아이가 꼽은 신윤복의 단오풍경 책에서 많이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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