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글이 있어 옮겨 왔습니다. 글쓴이는 청주생협의 식품안전위원으로 활동 중이십니다.

인터뷰 기사를 수원생협 조합원님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유기농식품 먹는 건 땅 건강 생각하는 것…먹을거리 통해 많은 것 배워


어느 날 친정식구들 앞에서 시중 마트의 하얀 설탕과 생협의 마스코바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제부가 “처형은 건강염려증 환자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농약치고 첨가물 들어간 것 오랜 기간 먹어왔어도 아무 이상없이 잘살고 있는데 갑자기 요즘 들어 왜 그러느냐는 표정으로 가족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나 역시도 결혼 전에는 큰 문제의식 없이 살다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가 아토피를 앓게 되면서 먹을거리에 대해 민감해졌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본능이 앞서면서 하나라도 좋은 것을 먹이고자 노력하면서 관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가족들 눈에 건강 염려증 환자처럼 유별나게 구는 사람이 되었나보다. 아이로 인해 친환경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 후 신입조합원 교육에 참석해 식품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새 생협 활동가가 되어가고 있다.

'I am What I eat' 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먹는 것이 곧 나의 존재와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은 나의 육체를 만들고 정신과 의식을 만들며,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가족과의 관계도 힘들고 사회적 관계들도 어려워진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 먹고 살기도 바쁘고 힘겨운 시절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삶의 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하게 살고 있을 때는 이것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단 질병이 발생하고 나면 더 큰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식품안전은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외식산업과 가공식품이 늘어나면서 화학적 식품첨가물을 통해 유통기한을 늘리고 식감을 자극하는 색을 입히고 인공향으로 유혹하고 감미료를 통해 달콤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미 현실적으로 많이 노출되어 있는 가공식품을 끊어버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보자. 가공식품에 비교적 적은 첨가물로 훌륭하게 만들어낸 먹을거리가 분명 보일 것이다. 식품안전의 민감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먹을거리는 훨씬 더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기업들도 이제는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고도 멀다.

공정무역 이용과 윤리적 소비 중요

식품안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국내산보다 싸다는 이유로 수입산 유기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을 하고 있다. 이것은 유기농이라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공식품 식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농업을 한 번 더 죽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51.4%다. 특히 곡물자급률은 26.7%밖에 안 된다. 쌀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밀은 1% 수준, 옥수수는 5% 미만의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쌀을 제외하면 모든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얼마전 아이쿱생협에서 우리밀라면이 출시되었다. 기존 시판되는 라면값과 가격은 같지만 수입밀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 우리밀로 라면을 만들어 우리밀의 소비를 높여보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되었고 라면 속 스프에 포함된 많은 식품첨가물을 30% 줄이고, 건더기야채를 국산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기업이 이윤창출의 목적으로 시작했다면 우리밀라면을 출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고 우리밀을 살리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농업 지키기와 함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정무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설탕, 초코릿, 커피, 흑후추, 올리브오일등을 iCOOP생협은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한다.

대기업은 이윤확대를 위해 제3세계 생산자들에게 생산원가보다도 낮은 대가를 지불하고 원료를 수입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제3세계 생산자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 굶주리거나 어린 나이에 교육의 기회보다는 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들에게 공정한 가격, 지속 가능한 생산력을 가질 수 있는 가격이라면 빈곤이 더 이상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땅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산다. 인간은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를 회복하여 순환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환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유기농을 지향하는 이유는 농약의 부분별한 사용을 줄여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땅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도 포함이 된다.

시작은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지만 실상은 우리 농업을 지키고, 공정무역을 통해 제3세계 사람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협력하고 환경을 되살리고 인간과 자연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들의 윤리적 소비다.

원문보기 : http://www.cb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