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관과 감정형의 사람입니다.
이것저것 재기 보다는 그저 즉흥적으로 행동해버리는 타입이죠.
마을지기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생협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데 우리 마을에는 모임이 없으니까. 그럼 내가 마을지기가 되어서 해보지 뭐.’ 라는 아주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생각이었죠.
그러나 막상 마을지기가 되어 해보니, 마을지기란 것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젖먹이 아이를 들쳐 업고, 너저분한 집안을 치우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마을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또 생협의 이야기를 전하는 중간 리더의 역할이었습니다. 즉흥적이고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한 저는 사명감도, 역량도 딸렸습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니 힘이 들었고, 힘이 드니 또 에너지가 딸렸습니다. 악순환이었죠. 그렇게 저는 (아주 부끄럽지만 이제 5개월 남짓에 불과한데 벌써) 지쳐있었습니다. 이번 워크샵에 공지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 역시, ‘꼭 가야하나?’였으니까요.
그래서 고백컨대, 허선주 고양생협부이사장의 강의도 처음에는 조금 삐딱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듣다보니 조금씩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더군요. 허선주 부이사장이 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보면서 저는 해보지도 않고 힘들다. 힘들다고 불평만 했구나 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을 지기는 원래 힘든 것’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마을지기 님들이 다 비슷비슷한 상황으로 힘들어 하시고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마을지기를 계속하는 건 그 힘듬을 이겨낼 수 있는 ‘기쁨’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치 너무너무 힘들지만, 그 이상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육아처럼요!)
그 기쁨은 오후 사례발표를 해주신 용인생협의 성희영 전 마을지기의 강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크게 보아서는 ‘우리 이웃과의 소통’ 그리고 작게 보아서는 ‘자기 계발’이 그것이죠. 마을 지기는 생협안에서 ‘우리’그리고 ‘마을’을 잇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리고 그 활동들을 통해 자신이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이번 워크샵을 통해 배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쿠렐라와 기타 동아리 공연도 너무 멋졌어요. 연주 소리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공연하시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스스로의 만족감’이 너무 좋았습니다.
마지막 조별활동에서 저는 5조가 되어 내가 꿈꾸는 마을모임을 발표했습니다. 조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기록하다보니 내가 꿈꾸는 마을모임이 결국은 내가 꿈꾸는 삶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주어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가꿔갈 수 있는 길을 여기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마을지기를 아주 즉흥적이고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 하면서도 힘이 들어 ‘내가 왜 했나’라는 후회도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전히 힘들어 하면서 투덜투덜 할 것이 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지기를 앞으로는 조금 더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워크샵이 제게 준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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