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5-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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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던지는 아이디어방] 요즘 1503호 조동아리 맴버 영희씨가 사는 이야기 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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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진윤정
 조회 :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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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동 1503호 조동아리 맴버 영희씨.hwp (153.5K) [2] DATE : 2012-05-19 00:53:29 |
1503호 조동아리 맴버 영희씨의 이야기 한조각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나서면 영희씨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청소를 마친다.
청소가 끝나면 같은 아파트 단지내 112동 1503호에서 동네 아낙들과 함께 커피 한잔을 한다.
오늘의 조동아리 맴버들의 이슈는 단연 “사랑비”
점점 주인공들의 얽힌 사랑이 가슴을 후비며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어제는 급기야 드라마 보면서 펑펑 울었다 했더니, 옆 친구가 “어머, 너도 그랬니? 나도.”한다.
옆에 앉은 윤정씨는 둘의 대화에 시큰둥이다.
1503호 주인장 윤정씨는 JYJ 유천의 팬으로 당연히 옥탑방 왕자님 애시청자다.
새벽에 검색한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유천왕자님의 연기력논란에 오늘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영희씨 중학교때 이성에 빨리 눈 뜬 친구가 있었다.
그 당시 소녀들의 이상형은 장.국.영!
친구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국영 국제 팬카페에 가입도 하고, 되도않는 영작을 해서 편지랑 은팔지를 함께 장국영 팬카페로 보냈다.
노랫말이 영어인지 광동어인지도 잘 몰랐던 친구는 “종횡사해”,“금지옥엽”등의 다수 영화OST를 줄줄 노래했다.
급기야, 청소도우미라도 돼서 장국영 곁에 남고 싶다며, 홍콩으로 가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말했다.
영희씨는 그런 영화배우나, 가수에 열광하는 친구들을 사춘기시절에 많이 봤지만, 그때는 “그런 정성으로 공부를 해라.”하며 핀찬을 주곤했다. 도저히 이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시간을 연애인들에게 낭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희씨, 그녀는 사십대를 넘어가면서 갑자기 감정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금쪽같은 아이들에게 엄마는 더 이상 절대자가 아니였다.
“엄마, 나 공부해야되요. 방해하지 말아주세요.”하더니 방에서 친구들과 카톡을 하는지 키득키득 소리가 넘어온다. 엄마랑 말할 시간만 없나보지...서운하면서도 한편, 왕따가 심한 요즘 친구가 곁에 있어서 안심도 된다. 엄마가 절대자였던 아이들은 엄마의 자리를 친구로 점점 채워간다.
남편은 오늘도 칼퇴근 했지만, 정년을 늘리기 위한 이유로 퇴근 후 자기 계발에 바쁘다.
중년인데도 트레이너에게 특훈받아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자기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줄 아는 당신! 진정 부럽다.
영희씨는 정작 집앞의 지하 헬스장 비용이 아까워서 등록 고민만 6개월째 하고 있다.
주5일근무, 주5일 수업, 처음엔 가족이 모여 소풍도 자주 가고 좋았다.
요즘 토요일에 남편은 잠을 줄이고 운동 동아리 활동 하러 간다.
아이들도 토요반 특별활동 수업받으러 학원으로 간다.
영희씨는 늘 그랬듯, 혼자서 아침부터 식구들의 흔적을 치우고 깔끔한 집안 유지 작업에 들어간다.
청소를 하려고 습관처럼 라디오를 틀었다.
요즘 대세 장근석의 “사랑비” OST가 들려온다.
“그러고보면 하늘이 항상 공평한 것만은 아냐.
우리 근짱(장근석)한테는 재능과 외모에 운까지 다 줬잖아.”라는 짧은 감상에 빠져본다.
영희씨는 진공청소기를 옆으로 던져버리고 필받은 김에 한줄 달기위해 갤럭@를 손에 들었다.
장근석을 [근식,근짱]이라 부르는 다음팬카페[페리도트]와 유료애플리케이션에도 이미 등록한 엄연한 열광팬이다.
유료회원에게는 장근석의 근황이 담긴 메모글과 비공개 사진이 공유되어 그녀의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준다.
팬 집단에 들어가면 장근석을 그저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드라마를 잘 찍을 수 있도록 촬영스탭 전원에 까지 도시락을 후원하는 자리에 자신의 손길도 보탤 수 있다.
이럴때면 마치 장근석과 함께 자신이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묘한 기분까지 느껴졌다.
근짱의 생일 선물로 팬카페 회원들끼리 온라인으로 돈을 모아 천만원에 달하는 선물을 전달한 적도 있다.
곧 있을 장근석의 동남아 투어에도 근짱따라 팬카페따라 함께 할 생각이다.
요즘 이와 같은 줌마팬, 삼촌팬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일시적인 사회 현상인지, 가족문제 답을 찾지 못한 중년들의 일탈현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요즘 많이 드는 이사람의 생각은 세상에 누구도 가족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찾아야 합니다.
인생의 주체가 내가 될때 중년의 허탈함이 줄어듭니다.
돌이켜 인생을 봤을때 자식도, 남편도 답이 아닙니다.
드라마에서는 감동만 받으시고, 가족에게는 내 힘의 반만 쏟으세요.
나머지 반은 이제 백세까지 산다는 내 인생에 아낌없이 바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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