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여기저기를 다니는 느낌은 제가 어머니의 차살림 도구를 바라보는 느낌이랑 비슷합니다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의 도자기 제품들을 종류별로 구비해 놓고 시간 날때마다 깨끗한 수건으로 닦으며 행복해하시는 어머니, 그 마음은 찻상을 사이에 두고 이뤄지는 사람과의 교류를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소녀의 마음이었어요.
순수한 벗들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저도 그런 어머니의 시선이 됩니다
찻상은 어떻게 차려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뀝니다. 손바닥만한 꽃모양 그릇에 물을 넣고 작은 꽃송이를 고정시켜 상위에 올리기만 해도 작은 정원을 보는듯한 즐거운 느낌이 드는데요,

성북동은 그런 아기자기한 찻상같은 동네입니다
최순우선생님의 옛집에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있고 간송미술관은 소박한 것에 담긴 최고의 것을 목격하는 신선한 충격이, 심우장에는 아픈 시대를 대쪽같이 보낸 어른의 투박한 의지가 남겨져 있습니다
이런 진지함 속에 아기자기한 샵들과 맛집, 포근한 동네의 분위기는 방문객들은 한층 더 기쁘게 해 주지요.

이번 최순우 옛집 방문은 참 특별했어요 살면서 생활을 목적으로 지어진 운치있는 한옥을 한번도 못봤거든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집안 곳곳에 혜곡 선생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은은하고 정겨운 자연의 모습은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몇발자국만 가도 눈앞에 새로운 그림이 펼쳐지는,하나도 버릴것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장치를 갖춘 고택이었죠

해설을 해 주시는 현선생님의 말씀은 무슨 욕심을 부리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말씀이셨어요 이 가르침은 삶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라 애송이 주부인 제가 계속 찾아가서라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 성북동 견학은 정말 좋았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외적인 아름다움을 보고 '아 좋구나'감탄하는 것에서 내면에 숨겨진 의미까지 파악하고 감사할 수 있는 제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랍니다. 모두 먼길 다녀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