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을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정선을 만나러 멀리 양천구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박복남, 김영애, 임지현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 조촐하게 가서 조금은 아쉬었습니다.
강남역에서 다시 9호선을 타고 가는 중에 우리미래 현윤애 선생님을 만나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찾아 '겸재정선기념관'에 갔습니다.
겸재 정선은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84세까지 그렸답니다.
그리고 전국에 현감을 하고 지내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선비이면서 나라의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동시에 하셨던 것입니다.
화성(畵聖), 정선은 자신의 독창적인 화법인 진경산수화풍을 확립시켰습니다.
그래서 진정 자기 것을 찾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을 예술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답니다.
겸재정선은 72세때 벗의 초청으로 금강산을 오르면서 '해악전신첩'을 다시 그리는데
진경산수화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린 후 개이고 있는 인왕산을 그린 '인왕제색도'와 100여폭의 금강산 그림 중에 대표작인
'금강전도'와 같은 그림은 원본은 아니지만 실제 산과 비교하여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겸재정선은 65세때 영조의 배려로 양천현감으로 부임하는데
이 때 진경시의 대가인 사천 이병연과 함께 '경교명승첩'을 완성했습니다.
한양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렸는데 원숙해진 진경산수풍을 느낄 수 있답니다.
저희 일행도 그 느낌을 실제로 느끼려고 소악루에 올랐는데
바로 밑에 한강이 흐르고 멀리 남산과 이화여대 뒷산까지 두루
살피고 난지도도 보았습니다.
소악루에 오르니 시원한 가을 바람에 더위도 싹 가시고
눈으로 마음으로 그 때 그 시절의 풍류도 느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겸재정선기념관'으로 가는 길의 벽면에 그림을 아크릴에 넣은 것도 좋았고
기념관 입구에 금강산의 사계를 미디어아트로 만들어서 실제 금강산에 있는 착각이 들게 했습니다.
이곳은 체험실이 디지털 체험공간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되어있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와서 움직이는 산수화나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그림을 그리면 재미있어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노래인데, 가장 자기다운 자기만의 스타일이 통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몇백년전의 조선에도 겸재정선은 그러한 화가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경산수화풍'은 우리문화가 세계 제일이라는 자긍심에서 시작된 것이겠지요.
저도 제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은 일이 생협활동가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미래의 삶이 공부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가 담긴 일을 하기를 꿈꾸어 봅니다.
마지막으로 사천 이병연이 겸재를 생각하고 지은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계절 맛 참으로 좋은 때 발 걸으니 山 빛이 저물었구나.
웃으며 한 점 별같은 불꽃을 보고, 陽天 밥 배불리 먹는다.
새벽 빛 한강에 떠오르니, 아침마다 나와서 우뚝 앉으면,
언덕들 낚싯배가 가린다. 첫 햇살 종남산에서 오르리라.
[이 게시물은 수원생협님에 의해 2012-10-14 01:36:31 이야기방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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