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느끼는 예술적 향유. 그 곳에 가면 느낄 수 있다. 바로 간송미술관이다.간송미술관은 전형필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형필은 자신의 전 재산으로 우리 문화재 되찾기에 힘쓴 분이시다. 1938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인 박물관 '보화각'이 건립되었는데 간송미술관의 전신이었다. 간송은 전형필의 호인데 위창 오세창이 지어 주었다.

 

간송미술관은 성북동에 자리 잡은 미술관으로써 봄,가을 두번씩 전시회를 한다. 간송미술관은 하얀 대리석 건물로 지어져 있고 1,2층으로 나뉘어 전시가 이루어진다. 간송미술관의 전시 주제는 매 번 바뀌는데 이번에 열리는 "명청시대 회화전"은 1997년 봄 전시 이후 15년만에 열리는 것이다. '明淸時代 繪畵展'은 추사 김정희와 관련된 그림을 모아 추사화파를 규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신 간송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전시다.

 

간송미술관은 수원생협에서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가게 되었다. 10월 이맘때쯤이면 간송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금빛으로 물든 거리가 있다. 다른 곳에 비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거리 한복판에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여유있게 둘러 보게 되었다. 세월을 빗겨가지 못한 유리 속 작품을 보면서 '참으로 귀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사 김정희의 애장화첩 '장포산진직첩'을 비롯해 산수화 대가 남영의 '산수도권','여산추성', 청나라 사군자 그림의 대가 정섭의 '한애총란' 등이 전시되었다.

 

나는 그 중에서 '장심(19세기)'의 '부춘산도(富春山圖)'에 눈길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기다란 종이에 그린 산수가 아름다우며 나무잎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는 모습이 생기있게 표현되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동안 산수화의 '삼원법'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흘러내린 유리속으로 보는 산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장성(17세기) "삼협급탄:삼협의 거친 여울" 을 보는 순간 멋진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사와 짐을 실은 뱃사공이 절벽 밑을 휘돌아 흐르는 급류를 위태롭게 헤쳐 나간다.
화면 전체를 심원법으로 부감하여 급류를 헤치고 나가는 긴박한 장면을 효과적으로 잡았다.
절벽은 앙시의 고원법으로 잡은 뒤 위 부분을 생략하듯 풀어놓아
수직으로 깎아지른 암벽의 위태로운 모습이 더욱 커 보인다.
초서를 휘갈기듯 강한 필선으로 빠르게 쳐낸 암벽과 나무가 급류의 긴박감을 더해 주고,
격류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는 삶들은 흐릿하게 그려놔 약한 모습이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도록에서 옮겨씀-

우리 인생도 이러하리라.

대자연앞에서 겸허하게 살아야하리라.
고난의 연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고달프지만 정신만큼은 예술적으로 즐기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살고 싶다.

삶의 여유는 결국 정신이 맑고 여유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리라.

 

점심 먹고 이태준 가옥인 '수연산방'에 가서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다. 별채에서 내려다보는 한옥의 정취를 맘껏 느꼈다. 오늘처럼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 것 자체가 여유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교육이나 생협 활동가로서도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길이 되었으면 한다.